[마켓인사이트]채권단, "금호석화는 아시아나 인수전 참여 금지"

입력 2019-07-25 12:26   수정 2019-07-25 15:42

≪이 기사는 07월25일(12:2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 당국과 채권단 등이 금호석유화학 등 기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관계된 경영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아시아나항공이 부실해진 데 대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25일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31.07%)인 금호산업이 이 회사의 매각공고를 한국일보에 게재하면서 공식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시장의 관심사는 누가 인수전에 뛰어들 것인가에 쏠려 있다.

SK그룹의 참여를 점치는 의견이 많은 가운데, GS그룹도 최근 외부 재무적 투자자(FI)와 손잡고 인수전 참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보여 온 애경그룹을 비롯해 호남지역에 기반을 둔 호반건설과 하림 등도 아시아나 인수 가능성을 따져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주목받아온 잠재 인수후보 중 하나는 금호석유화학이다. 금호석화는 금호산업(31.07%)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지분 11.12%를 보유한 2대주주다. 금호석화가 직접 인수전에 나서지 않더라도 다른 인수자들로서는 금호석화와 손잡는다면 경영권 인수 비용을 절감하는 등 유리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날 금융감독 당국 및 채권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금호석화의 참여는 원천 봉쇄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호석화그룹은 지금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계열분리되어 있지만, 과거에는 사실상 한 몸이었다”며 “금호석화 쪽이 들어오는 것은 괜찮다고 한다면 기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 매각을 요구한 취지를 살릴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금호그룹은 창업주 박인천 회장의 아들들이 형제경영을 해 왔으나 장남 박성용회장과 차남 박정구 회장에 이어 3남 박삼구 회장이 2002년 4대 금호그룹 회장에 취임한 뒤 재무 상황이 어려워졌다. 2006년 대우건설 인수, 2008년 대한통운 인수로 무리한 가운데 금융위기를 맞이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2009년 말 금호 계열사들이 대거 워크아웃 및 자율협약에 들어갔고, 이후 10년 가까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 및 정부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KDB생명(금호생명)과 대우건설도 이때 산업은행 밑으로 들어왔다.

당시 자율협약에 들어갔던 두 금호 계열사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석화다. 이후 금호석화는 시장상황이 급격히 개선되며 자율협약을 3년만에 졸업했지만, 아시아나는 5년이 지난 2014년에야 자율협약 을 졸업했고 그 후에도 재무적 어려움이 지속됐다.

이 과정에서 금호석화를 이끌고 있던 4남 박찬구 회장(사진) 측과 박삼구 회장의 갈등이 수년간 이어졌다. 2010년대 들어 양측은 상표권 분쟁 등 여러 건의 소송을 벌이며 다퉜으나 2016년께부터는 표면상으로나마 화해한 상태다. 형식적으로는 금호석화와 아시아나항공이 계열분리되어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되어 이해관계와 갈등으로 얼키고 설킨 관계다.

박찬구 회장은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발표되었을 때 한 언론에 “인수전 참여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박찬구 회장의 오랜 레퍼토리에 불과하긴 했지만 시장은 금호석화의 움직임을 한편으로 신경 쓸 수 밖에 없었다. 당시 금호석화 측은 입장 자료를 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가 없고 검토하고 있지도 않다”며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건실한 대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하루빨리 경영정상화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후 박찬구 회장 측이 아시아나 인수전의 주체로 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여러 곳에서 러브콜이 왔지만 받아두기만 했을 뿐 본격적으로 참여할 계획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는 인수전에 참여하기 위해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등이 금호석화 참여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박철완 상무는 3대 회장이었던 차남 故 박정구 회장의 아들이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에게는 조카다. 박철완 상무는 금호석화 지분 10.00%를 갖고 있다. 박찬구 회장(6.69%)과 두 아들 박준경 금호석화 상무(7.17%), 박주형 금호석화 상무(0.82%)의 지분을 합한 것보다는 적지만 단일로는 최대주주다.

박철완 상무는 최근 해외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들과 만나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을 타진해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만약의 경우 박철완 상무 등이 인수전에 참여하면 구(舊) 대주주의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런 가능성을 고려한 정부와 채권단에서 명시적으로 금호석화 참여를 용인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금호석화 측은 그러나 이같은 채권단 및 금호산업의 결정에 대해 크게 불쾌해 하는 반응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그러한 논의가 있었다 해도 공식적으로 아무도 금호석화에 참여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하지 않았으며, 마치 금호석화가 합의를 한 내용인 것처럼 밝히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주주로서 회사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여러 (박삼구 회장 측의) 결정에 반대해 왔으며,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에 책임이 있다는 식의 발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삼구 회장 측이 박찬구 회장에게 혹시라도 이익이 갈 것을 우려해 길을 막아서고 나선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은 이날 오전 박삼구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금호석화 참여 배제 사실을 거론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으나 “(우리가) 언제 참여한다고 했느냐”며 못마땅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전 참여 의사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실경영 책임자라는 비난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불만이다.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관계된 회사들의 참여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만에 하나라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외부의 힘을 빌려 돌아올 여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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